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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종훈 원장님 의료소송실무 책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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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1-02-04 17:51 조회 91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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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내면서

 

서울고등법원에서 2006. 8. 16.부터 2010. 8. 까지 꼬박 4년간 의료전문부인 민사 제17부의 재판장으로서 의료과오사건에 대한 항소심 재판업무를 수행하였다. 그 동안 법원 내에서 이루어진 보직 변경의 추이에 비추어 보면 결코 짧은 기간이 아니다. 대학을 입학하였더라도 학사과정을 다 마치고 졸업했을 정도로 긴 세월이다. 그래서 그런지 민사 제17부를 떠난 지 이미 10년이란 세월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그 당시 고심했던 의료과오사건에 대한 기억이 생생하고 그때 느꼈던 문제점들이 여전히 숙제로 남아 마음을 무겁게 한다.

의료과오사건을 둘러싸고 제기되는 법률적 쟁점은 과실인과관계라는 두 가지 큰 문제로 압축할 수 있고, 그에 관한 이론은 다소 복잡한 면이 없지 않지만, 법률전문가라면 누구나 어느 정도 시간을 투자하면 이해할 수 있는 결코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막상 실무에서 의료과오소송을 마주쳐보면 사실인정은 물론 그에 따른 법적 판단 역시 특별한 전문성을 요하는 독특한 분야임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그러므로 이러한 소송을 미리 경험하여 보지 아니한 변호사로서는 하나하나 배워가면서 수행하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뛰어들었다가는 낭패를 보기 쉽다. 왜냐하면, 일련의 의료과정에서 어느 단계의 어떤 의료행위가 문제되는지를 찾아내는 일부터가 비전문가로서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재판부로서도 사건관리를 위한 충분한 사전 준비 없이 심리에 임하였다가는 소송지휘의 가닥을 잡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장기미제의 미궁에 빠지기에 십상이다. 이 점은 외국에서도 마찬가지로 이 분야에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점이 특히 강조되고 있다. 그러므로 우서 의료과오소송이 가지는 특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로, 의료법 등 관계법령에 의하면 의료의 전 과정이 기록되도록 법적 규제가 마련되어 있지만 막상 의료실무에서 그 규제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제대로 된 기록물이 증거로 제출될지라도 의료전문가의 도움 없이는 그 기록물 자체를 해독하기조차 어렵다. 이처럼 진료기록이 가지는 어쩔 수 없는 한계로 말미암아 아무리 의료전문가라고 할지라도 직접 그 의료행위를 행한 담당자가 그 당시 단계별로 어떠한 의사결정을 내리고 또 어떠한 처치를 시행하였는지를 정확히 밝혀내기란 전혀 쉽지 않다. 따라서 통상 진료기록에 대한 전문가의 감정을 통하여 어떠한 구체적 상황에서 어떠한 의료행위가 행하여졌는지를 입증하게 되는데 우선 감정기관의 선정이 쉽지 않고, 그 감정결과가 도착하는 데에 많은 시일이 소요되며, 도착한 감정결과의 내용이 불명확하거나 실제로 행하여진 사실과 달라 반복하여 진료기록감정신청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는 곧 의료과오의 입증이 어렵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둘째로, 과실 여부의 판단기준이 되는 의료수준(醫療水準)이 명쾌하지 않아 구체적 주의의무의 내용 및 위반 여부를 확정하기가 어렵다. 의료기관마다 질병을 대하는 표준적 처치방법이 일정하지 않아 비전문가가 그 정당성에 문제를 제기하기가 어렵다. 다만 간호사가 의사의 구체적 지시를 위반하였거나 처치과정에서 의료진 사이에 견해 대립이 있었는데 일방적 견해만이 채택된 사실 등이 밝혀진 경우에는 비교적 과실의 개연성을 쉽게 구별할 수 있다.

 

셋째로, 의료과정에서 발생한 악결과(惡結果)에 대한 원인을 분석함에 있어서 의료전문가들 사이에 견해가 분분한데다가 치료과정에서 무엇인가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인정될지라도 이를 규범적으로 분석하여 과실 책임을 인정할 수 있을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의료수준이 시대적사회적 상황에 따라 가변적이라는 점도 그 원인 중의 하나이다.

 

넷째로, 피고측에서는 그 책임 존부에 관한 본격적인 소송이 시작된 후에는 대부분의 경우 당해 분쟁이 신속히 끝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시간이 갈수록, 관계인들의 기억이 희미해지거나 핵심 증인이 사망할 수 있어 진실규명이 어렵게 되거나 원고측에서 적은 비용으로 소송을 시작한 후 지쳐버려 소송을 포기할 수 있다는 등의 이점이 있기 때문에 정책적으로 소송을 지연시키려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이 점은 특히 대부분의 피고가 보험회사가 되고 개별적인 사건에 대한 충분한 사전 심사 없이 무조건 피고 사건을 수임하고 보는 미국의 변호사업계에서 심하게 나타난다고 한다.

 

다섯째로, 오랜 심리 끝에 어렵게 의료과오의 책임을 인정하는 쪽으로 결론이 난 경우에도 그 의료과오에 대한 피고의 책임비율을 정하는 문제 역시 매우 어려운 문제이다. 이 문제는 오늘날의 의료환경이나 병원의 경영현실을 감안하여야 하는 한편, 피해의 실질적 회복을 위하여 형평의 이념에 맞는 손해의 분담비율을 정해져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나 일본에서는 피고측의 책임감액 사유로 원고측의 과실상계 사유만이 아니라 신체적 소인 등과 같이 다른 손해배상사건에서는 찾기 어려운 요소까지 감안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많은 주가 의료과오의 피해자가 받을 수 있는 손해액의 상한을 실정법으로 정하고 있다. 이는 그만큼 의료과오가 다른 손해배상책임의 경우와는 달리 원래 의료행위가 치료목적으로 행하여지는데다가 그 과정에서 위험 발생의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부득이 과실이 인정된 경우에도 그 책임 범위를 제한하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음을 뜻한다고 보인다. 그러므로 손해배상의 범위도 교통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범위와 유사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많은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의료과오소송의 특성을 감안하여 법원에서도 전문 재판부를 설치하여 특별관리를 시도하고 있지만, 당사자들로부터는 여전히 다른 민사시간에 비하여 심리가 지지부진하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의료사고의 피해자 중 극히 소수만이 소송에 까지 나갈 뿐이라고 하는데도 여전히 의료소송사건의 수는 연간 760건 가량의 고공행진을 계속하였는가 하면 재판에 대한 만족도는 높지 않다는 지적이 일반적이다. 특히 의료란 그 성질상 질병이란 공공의 적을 상대로 의료진과 환자가 강한 연대감을 가지고 치밀하게 대처하더라도 그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힘겨운 싸움인데 중도에 이러한 연대감을 상실한 채 서로 대치상태에서 법정공방에 들어서게 되면 결국 피해를 입는 것은 공동전선을 펴야할 환자와 의사일 수밖에 없으므로 사회전체가 엄청난 손실을 입게 된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법원에서는 의료과오소송을 조정에 친한 분쟁유형으로 분류하여 전문가 조정위원의 도움을 받아 조정활성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특히 서울고등법원에서는 2006년 하반기에 의견청취형 조정제도를 실시하기 시작하였고, 나아가 전문심리위원이 확보된 2008년부터는 심리 초기에 의료전문가인 전문심리위원으로 하여금 쟁점파악을 위한 심리에 적극적으로 관여케 하였다. 이러한 변화의 방향은 그 후에도 이어져 만성적인 심리지연에 시달리던 의료과오사건이 단기간 내에 조정과 화해와 같은 대체적 분쟁해결 방식(ADR)으로 종결되는 쾌거를 가져오기도 하였다.

다만, 하나의 욕구가 채워지면 다른 불만이 새롭게 등장하는 것처럼, 의료전문가의 조기개입이 쟁점을 파악하는 데에는 많은 도움을 준 반면, 의료전문가들 사이에 존재하는 다양한 의견 중 어느 하나가 심리 초기에 확정된 결론처럼 예단으로 작용할 위험이 나타나기 시작하였고, 의학적 전문지식에 대한 규범적 평가가 자칫 소홀히 될 수 있는 문제점이 제기되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의료과오소송은 그 분쟁의 성격상 질병이 인간의 힘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것처럼 하나의 방법으로 정의와 공평의 이념을 일관되게 관철하기가 매우 어려운 분야라는 것이고, 끊임없는 연구와 보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에 본 저자는 의료과오사건에서 재판과정에서 얻어진 사실관계를 규범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국가 전체의 의료체계를 이해해야 함은 물론 그 결과에 관하여 사회전반에 걸쳐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나아가 날로 새로워지는 의료서비스에 대한 수효의 변화를 공급자가 민감하게 수용해 나가야 하고, 그를 뒷받침할 수 있는 의료제도의 개혁이 수반되어야 하며 그에 맞는 새로운 법규범을 세워나가야 할 것이다. 전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국민 모두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평준화된 건강보험제도가 이 땅에 정착되어 있다면, 이제는 환자가 기대하는 적정한 의료서비스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의료환경을 규범적으로 조성할 필요가 있다. 우선 의료소송실무상 환자측으로부터 가장 많은 불만을 사는 설명부족의 점과 응급상황에서의 처치 지연의 점을 개선하기 위하여 이에 관한 엄격한 규범 적용이 필요하다. 또한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에게 고도의 주의의무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재판실무에서는 의료수가가 저렴하면서도 의료사고에 대한 보험제도가 일반화되어 있지 아니한 의료환경을 감안하여, 의료과오는 엄격하게 인정하는 한편 그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의료기관에 돌리기는 어렵다고 여겨 그 책임범위를 상당 정도 제한하려고 노력하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의 시행에 따라 의료배상공제조합이 설립운영되면서 피해구제의 재원을 확보할 수 있게 된 이상, 책임제한에 관한 재판실무도 바꾸어져야 할 것이다.

 

이제 좀 더 성숙한 자세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의료과오소송의 구축을 위하여 법적 논증의 기본이 되는 책임요건의 실체법적 분석과 함께 바람직한 절차적인 모델을 제시하고자 하는 일념에서 이 책을 펴내기로 한다.

 

이 책은 가급적 의료과오소송에 관한 최신의 정보를 담으려고 노력하였기 때문에 의료과오소송을 맡은 일선 재판부는 물론 의료과오소송에 연계된 국민들이나 재야 법조실무가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마지막으로 이 책이 햇빛을 볼 수 있도록 마음에 결단을 주신 하나님과 생각이 막힐 때마다 조언을 아끼지 아니한 사랑하는 가족들과 편집 및 교정에 수고해주신 분들께 깊은 감사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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